모순

너는 남들보다 체온이 높았다. 곁에 서면 훅 끼쳐오던 열기. 태생적으로 뜨거운 너는, 체질에 반항이라도 하듯 누구보다 냉정하고 찬 사람이었다.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같은건 질색하는. 너와 반대로 나는 날 때부터 몸이 차가웠다. 체온을 잴 때면 36도를 넘긴적이 없는, 늘 아슬아슬한 정상체온의 범주. 엄마는 병적으로 내 체온에 집착했다. 엄마는 한여름에 자신의 아들을 저체온증으로 잃은 적이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었다.

엄마가 그러하듯 나는 사랑에 집착했다. 나를 가장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일. 나는 그 따뜻함에 너무 쉽게 무너지고, 또 휘둘렸다. 

너는 불나방같아. 누군가 내게 말한적이 있다. 반박할 수 없었다. 가까이가면 죽을 수 밖에 없는 곳으로 뛰어들어가는.



너는 내가 본 사람들 중 가장 화려한 불이었고, 그러면서도 얼음이었다. 공존할 수 없는 것들의 공존이었다. 나는 알았다. 이 사랑이 나를 얼만큼 파괴하게 될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다는 것도.



너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나를 사랑해주면 좋겠다고. 그렇게 말했을때 너는, 미안해. 고마워. 이런말들 대신 그저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거야. 그렇게 얘기했다. 나는 그 말에 안도했었다. 나를 냉정히 밀어내지 않았음에. 조금 기다리면 너도 나와 같은 방향의 감정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시간이 훨씬 지나고서야 알았다. 그때 네가 했던 그 말이, 사실은 가장 차갑고 무심한 말이었다는 것을. 나는 너의 차가움에 뜨겁게 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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