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X천우희












- 신샛별 29세 신문사 기자



'네 불행을 바라는 내 사랑을 용서해'


엄마는 샛별이 열여섯이 되던 해 집을 나갔다. 학교를 일찍 마치고 집에 갔던 날, 엄마는 낯선 남자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수치심을 모르던 엄마와, 그 남자의 뻔뻔한 얼굴. 그 일이 있은 후 딱 일주일 만에, 엄마는 샛별의 인생에서 사라졌다. '별아, 이제 다 컸으니까 엄마 없이  잘 살 수 있지?' 한마디를 남기고서. 완벽하진 못했어도 행복했던 샛별의 세계는 그 날 모두 무너졌다.


눈을 뜨면 매일이 지옥이었다. 수치심을 고스란히 떠안은 아버지는 술을 마셨고, 그럴 때마다 샛별을 폭행했다. 때릴 수 없는 엄마 대신이었다. 샛별은 차라리 죽기를 바랐다. 그러기를 몇 달, 슬픔과 수치심과 술에 잠긴 아버지는 결국 생을 마감했다. 그 날 이후로 샛별은 소망했다. 내 세계를 무너트린 당신이, 당신 가족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했으면 좋겠어. 죽었으면 좋겠어.


동네의 모든 뒷말과 시선을 뒤로하고, 고모가 있는 서울로 떠났다. 전학 간 학교에서, 하늘을 만났다. 아이들이 차갑고 어두운 샛별을 꺼렸을 때, 하늘은 손을 내밀었다. 거부할 수 없었던 다정함. 그때부터 하늘은 그녀의 부모였고, 친구였고, 또 사랑이었다.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하늘이 그 남자의 아들이라는 것을. 샛별의 세계는 또다시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마 버려지지 않는 사랑. 그렇게 미움과 사랑의 어디쯤에서 다시 몇 년이 지났다. 자꾸만 옅어지는 미움. 그래서 혼란스러운 마음.







- 문하늘 29세 바리스타



‘내 옆에서 사라지지마. 내가 불행해질게.’


다정한 성격과 선한 얼굴. 아버지의 얼굴과 꼭 닮았으나 전혀 다르다. 하늘의 아버지는 지역의 제일가는 부잣집 아들이었다. 결혼하기 전부터 계속된 여성편력. 하늘의 조부모는 아들을 결혼시키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서도, 하늘을 낳고 나서도 달라지는건 없었다. 급기야 아내와 아들을 ‘유학’이랍시고 서울로 보내버리고 더욱 편하게 여자들을 갈아치웠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집온 하늘의 어머니는, 그래서 결혼생활 내내 울었고 또 우울했다.


어린 하늘은 온갖 방법으로 엄마를 웃게 했다. 어릴 때부터 하늘의 소원은 하나였다. 엄마의 행복. 그러나 하늘이 열아홉이 되던 해, 엄마는 아이가 되었다.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녀는, 열 살 이후의 모든 기억을 지웠다. 하늘은 엄마를 더 이상 마주할 수 없었다. 자신의 아들만 보면 겁에 질린 채 발악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보는 눈에 가득 담긴 공포. 하늘은 그저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엄마를 지키지 못했어.


전학 온 샛별의 얼굴에서 엄마의 우울을 읽었다. 그래서 웃게 해주고 싶었다. 엄마가 그렇게 된 이후, 샛별은 또 다른 삶의 목표가 되었다. 너만은 꼭 지킬 거야. 그런데 또다시, 아버지. 끔찍한 핏줄이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엔 꼭 지키고 싶었다. 사랑했으므로. 그렇게 버텨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이 커진다. 내가 너를 더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나도 결국 아버지와 같은 인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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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네가 보인다. 늘 그렇듯 예쁘게 웃으며 뛰어오겠지. 너와 나 사이에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마치 사랑만 있는 것 처럼.

차마 너를 죽일수 없는 나는, 그래서 나를 죽여. 차라리 네가 그사람과 똑같은 인간이었다면, 너를 미워하는 일이 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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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문하늘이야."

"..어, 나는."

"알아. 신샛별. 이름 예쁘다. 그냥 별이라고 불러도 되지?"

"..응. 너도, 예뻐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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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아! 배고프지. 우리도 저기 새로생긴 떡볶이집 가자!"

"아니, 괜찮아 나 배 안고파. 친구들이랑 가."

"거짓말. 너 아까 밥 안먹는거 다 봤어. 야 너도 설마 다이어트 뭐 그런거 하는거야?

안해도 돼. 이뻐 이뻐. 뭐 얼마나 더 날씬해지려고. 밥 굶고 그러면 못써! 애들이 그러는데, 되게 맛있다 그랬단 말야. 우리도 가자. 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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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내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엄마도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나를 보는 게, 그렇게 힘들고 무서워?

내가, 아빠를 닮아서? 아빠의 아들이라서?
엄마 나, 별이를 사랑하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걸까? 별이도 엄마처럼, 나를 보는 게 끔찍하고 무섭고 싫을까?

나도 결국엔 별이를 엄마처럼 만들 수밖에, 없는 걸까?
엄마. 대답 좀 해주면 안 돼?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볼 사람이, 아무도 없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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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우리’라는 테두리 안에 담을 수도 없는 너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니.'







드디어 완성해따 8ㅅ8

적절한 짤 찾기 넘나 힘들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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